캐나다 역사 : ⑦ 캐나다 연방국가 결성의 배경 상황 (1860년대~)

우리 아이(이제 8학년)의 학교 역사 시험문제지를 보니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게 캐나다 연방국가의 배경에 대해서 서술형으로 쓰는 것이다. 아무래도 캐나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캐나다 연방국가의 탄생이기 때문에 그런 듯 싶다. 내가 이렇게 캐나다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정리하게 된 것도 어쩌면 우리 아이의 역사 공부를 조금이라도 도와주고자 같이 교과서를 읽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캐나다라는 나라가 우리나라에 비해 역사도 매우 짧고 그저 영국의 식민지에 의해 참 순조롭게 태어난 나라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고 여기에도 참 많은 난관들이 있었고 그것을 잘 헤쳐나갔기에 지금의 캐나다가 존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각설하고... 캐나다 연방국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그냥 단순하지 않다. 캐나다 입장에서 보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방편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캐나다라는 방대한 땅덩어리는 저마다 식민지 자치 정부에서 각기 다른 경제 정책과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었고, 특히 Rupert's Land와 North-Western Territory는 Hudson's Bay Company에서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영국의 말을 잘 듣지도 않아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또한 미국이 연방국가로서 단일화되며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서 캐나다 각 식민지 정부 지도자들 역시 연방국가로서 단일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캐나다 내부적인 관심보다는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위협이 훨씬 더 연방국가 탄생에 영향을 끼쳤다. 

미국의 위협

미국은 그저 한가지 단일 요인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일본에 의해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났던 것처럼 캐나다 역시 미국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들이 인접국인 캐나다에는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1) Manifest Destiny 사상

미국은 19세기 중반 경에 Manifest Destiny 라는 믿음이 굳게 자리잡고 있을 때다. 북미대륙 전역을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지배해야 한다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것인데, 중국이 항상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 일본이 2차세계 대전 때 대동아공영과 아시아해방을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대의 명분이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도 이러한 미국의 세계 지배는 숙명이라는 Manifest Destiny생각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 Manifest Destiny를 상징하는 그림↑ 서부 개척 역시 Manifest Destiny의 한 부분

Manifest Destiny 사상에 의해 서부 개척이 이루어지고 방대한 땅을 새로 구매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강제로 빼앗거나 했으니 이런 믿음을 가진 나라가 아래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캐나다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2) Civil War (남북전쟁)

또다른 큰 위협은 바로 미국 시민전쟁, 즉 남북전쟁이다. 1861~1865년까지 진행된 미국 남북전쟁의 원인은 노예해방이라는 인권을 위한 대의명분을 내걸긴 했지만 결국 경제 문제라 할 수 있다. 당시 미국 흑인들의 99%가 미국 남부에 있었고, 겨우 1%만 미국 북부에 살고 있었다. 더구나 미국은 공업 중심 산업 발달에 따라 저렴한 많은 인력이 필요로 할 때였다. 당연히 남쪽의 흑인들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노예 해방이 된다면 미국 북부 지역은 더 저렴한 인건비의 흑인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고, 미국 남부 지역은 거저 활용해 왔던 흑인을 고스란히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 남북전쟁 당시 남부쪽 연맹↑ 이때 미국이 만약 분리가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본다.

어쨌든 전쟁이 일어나고, 이웃 나라의 전쟁은 캐나다 경제에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다 준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캐나다와 비슷한 산업을 가지고 있는 미국북부 지역이 몰락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것이다. 그래서 은연 중에 북쪽이 졌으면 하는 생각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은 미국 북부 쪽으로 승리로 끝나게 되고 북부 쪽에서 볼 때 자신들을 도와주지도 않고 고스란히 이익만 받아먹은 캐나다에 대한 분노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 미국 북부 군인들의 휴식

또한 5년간의 미국 남북전쟁으로 미국의 군사 무기나 전략 등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군인 숫자들 역시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런데 전쟁의 종료와 함께 군인들은 실업자 신세가 된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되겠지만 대부분의 군인들이 그렇듯이 고향으로 간다고 해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폭력적이고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이전 군인들은 소외되기 십상이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캐나다에서 뭔가 꼬투리 잡힐 뭔가를 하게 되면 바로 캐나다와 전쟁을 해도 될 정도였다. 

3) Annexation(합병)의 위협 

이 상황에서 미국은 각 Territory간 합병 Annexation을 해도 된다는 법규를 의회에 상정한다. 노골적으로 북미 대륙의 Territory들을 미국 영토로 합병시킬 수 있다라는 적어 놓아 캐나다를 자극시킨다. 이 법은 캐나다에게는 실질적인 잠재적으로 강력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이 Annexatation 정책으로 인해 미국은 멕시코(스페인) 영역의 텍사스를 강제로 합병해 버린다. 당시에 미국은 현재의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 시티까지 점령했을 정도였다. 

↑ 미국의 Annexation 정책↑ 멕시코시티를 점령한 미군

캐나다가 황금이 발견되면 당시 오레건 주의 절반을 British Columbia라는 식민지로 영국 영토임을 분명히 선언했을 때 미국은 엄청난 반발을 했었다. 하지만 멕시코와의 전쟁으로 영국까지 신경쓰기에는 너무 벅차기에 그냥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 

4) 미국의 알래스카 취득

캐나다에게 또다른 위협은 1867년 러시아가 알래스카 땅을 미국에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영국, 프랑스, 오스만제국의 연합국과의 크림전쟁(지금의 터키 북쪽 흑해 부근의 반도가 크림반도다)에 패배하며, 영국을 견제할 방편을 찾았는데,  그 일환으로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아 미국으로 하여금 캐나다를 압박토록해서 영국을 견제하려고 했다. 

↑ 미국의 알래스카 취득에 쓰인 수표. $720만라는 저렴한 가격에 당시 미국땅의 절반정도의 크기인 알래스카를 손에 넣었다.↑ 살 당시에는 쓸모없는 땅이라고 비난받았지만 곧 석유와 온갖 광물이 발견되고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땅이 된다.

또한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재정도 악화된 상태여서 긴급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냉전시대 때야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가 극한 대립 관계였지만 이 당시에만 해도 공동의 적(영국)을 둔 아주 좋은 친목관계를 갖고 있어 720만 달러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아버렸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아래쪽만 신경쓰면 되었는데 이제는 위쪽까지 신경을 써야될 상황이니 이만저만 답답한게 아니었을 것이다. 

5) 아일랜드 카톨릭을 통한 간접적 군사개입

미국의 이런 견제는 그냥 견제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군사적 개입으로까지 연결되었다. 직접적인 침략의 명분은 없었기 때문에 직접 군사 개입을 하지는 않고 아일랜드인들을 대리로 내세워 싸우게 했는데, 당시 영국 본토에서는 아일랜드가 영국성공회가 아닌 카톨릭을 고집함에 따라 아일랜드 카톨릭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진다. 

↑ Fenian을 감싸고 있는 미국↑Fenian의 군사적 행동

훗날 20세기 들어와 결국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지만 이러한 영국의 아일랜트 카톨릭에 대한 탄압에 맞서 미국 내 아일랜드 카톨릭 사람들은 페니안Fenians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캐나다로 넘어가 전투를 진행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군인들이 캐나다를 아예 전복시켜 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페니안의 전쟁 목적은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영국 본토의 군인을 캐나다로 유인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어쨌든 페니안은 그냥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3,000여명이 넘는 남북전쟁을 경험한 군인들로서 미국은 이들이 캐나다와 전쟁하는 것을 그냥 묵인해 줬다. 

↑ 초록색은 아일랜드 Fenian, 붉은 색은 캐나다.

페미안의 미국 공격은 캐나다 식민지들이 연방을 논의하면서 다소 지지부진했을 때 일어났기에 연방국가 수립에 대한 논의에 급물살을 일게 만들었다. 다행히 캐나다는 이들의 침공을 잘 막아냈고 미국의 군사적 위협은 결국 각 자치 Colony 지도자들이 연방 통합을 진행하도록 가장 큰 동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