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정치제도 4 - 추밀원사무처 Privy Council Office와 총리실 PMO

추밀원 Privy Council

요즘 캐나다 총리의 SNC 사건에 대한 부정개입이 연일 이슈이다 보니 추밀원 사무처장의 개입 역시 조사되고 있다. 


추밀원 Privy Council 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기관이다보니 약간 존재감이 헤깔리는 곳이기도 하다. 추밀원은 왕권 국가에 있는 조직으로, 국왕의 자문기관을 뜻한다. 추밀은 아주 중요하고 요긴한 기밀이라는 뜻으로 과거에는 주로 비밀스럽게 국왕을 도와주는 친위대 또는 비밀조사기관 같은 역할을 했다. 


현재 캐나다의 추밀원 (Queen's Privy Council, QPC)은 국왕의 역할이 제한되어 있는 이곳에서 형식적인 기관일 수 밖에 없다. 구성원 역시 전현직 총독, 전임 총리, 전현직 상원의원이나 대법원장, 하원 의장, Province의 수상, 그리고 영국의 필립공과 찰스왕세자 등의 왕실 사람들까지도 추밀원에 속해 있다. 절차와 형식을 중시여기는 전통에 따라 총리가 내각 구성에 대한 인선을 끝내면 이를 추밀원에서 검토하고 총독에게 권고안으로 올리고 이를 통해 왕실 승인을 받는 것이다. 

↑ 1880년대에 등장한 추밀원 (출처: Wikipedia)↑ 1957년 추밀원의 첫 모임 (출처: Wikipedia)


현재 추밀원장 President of the Privy Council은 Dominic LeBlanc이 맡고 있는데, 내각에서는 Intergovernmental and Northern Affairs and Internal Trade 장관을 맡고 있다. 2000년 처음 하원의원 MP로 선출된 이후 지금까지 6회 연이어 하원의원을 맡고 있는 정치9단이라 할 수 있다. 


추밀원이 존재하고, 추밀원장도 존재하지만 추밀원의 공식적인 모임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멤버들 하나하나가 무시하지 못할 인력들이다 보니 모이는 것 자체가 큰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추밀원의 공식적인 미팅은 총 2회 밖에 되지 않는다. 한번은 1957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캐나다에 왔을 때, 그리고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귀부인과의 결혼에 대한 회의로 모인게 전부다. 


추밀원 사무처 Privy Council Office

추밀원이 다소 형식적인 조직이라면 추밀원 사무처는 좀더 전문적인 행정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추밀원이 아니라 추밀원 사무처다. 추밀원 사무처(Privy Council Office, PCO)는 캐나다 최고의 행정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총리 직할 행정조직이지만 정권 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실무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정말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로 이전 사무처장은 2009년에 입명되었고, 현 사무처장은 2016년 입명되었다..)


Cabinet이라고 부르는 내각의 장관들은 주로 집권당의 하원의원들로 임명되기에 큰 방향은 총리와 내각의 장관들에 의해 결정되지만 실질적인 행정 업무들은 추밀원 사무처를 중심으로한 각 연방 행정조직의 공무원 베테랑들이 한다고 보면 된다. 

↑ 추밀원사무처는 의회건물 건너편 총리 사무실과 동일한 건물에 있다↑ SNC개입과 관련해서 증인으로 참석한 사무처장 (출처: CTV news)


추밀원사무처장은 Clerk of the Privy Council라고 불리우고 있으며, 부총리(Deputy Minster to the Prime Minister) 역할과 내각 사무처장 (Secretary to the Cabinet), 캐나다 공무원의 수장 (Head of the Federal Public Service)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전체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막강한 파워를 지녔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추밀원 사무처장은 2016년부터 Michael Wernick이 맡고 있다. 


이 정도 권한이 있는 사람이 뭐라고 지나가면서 한마디 해도 무시하지는 못할 듯하다..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좀더 지켜봐야겠고..

하여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정권과 상관없이 이렇게 안정적인 행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마련해 둔 건 정말 잘한 듯하다. 




총리실 Office of the Prime Ministry (PMO)

추밀원사무처가 초당파적인 최고의 행정조직이라고 하면 총리실 Office of the Prime Ministry (Prime Ministry Office라고도 하며, 줄여서 PMO라고 한다)은 총리의 당리당략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최고의 권력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추밀원사무처 산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총리를 위해 국정정책 자문을 해주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비서실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총리와 총리실에서 국정의 방향을 세우면 추밀원사무처에서 이를 실행하게 된다. 그래서 종종 총리와 총리실이 뇌에 해당한다면, 추밀원사무처와 행정공무원 조직은 심장으로 비유되곤 한다. 

↑ 총리실장(Chief of Staff) Katie Telford와 이번에 사임한 Gerald Butts↑ 총리실은 총리의 자문기관이면서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출처: CBC)


내각 인선 작업도 결국은 총리실에서 주관이 되어 진행한다고 볼 수 있으며, 많은 이슈에 개입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SNC-Lavalin 사건에서도 결국 총리실의 수석비서관 Principal Secretary 인 General Butts가 사임하게 되었다. 사임의 배경은 그가 결국 윌슨 전 법무장관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Butts가 본인의 사임과 이번 사건과의 관계는 없다고 하지만 누가 과연 그렇게 곧이곧대로 믿을지..


아마도 트뤼도 총리는 더 많은 측근을 이번 사건으로 잃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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